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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책 리뷰] 스토너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5.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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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세상을 떠난 후 20년 만에, 이 책이 출간된 지 50년 만에 <스토너>라는 책이 재평가를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세상의 기준에서는 실패자와 다를 바 없는 삶은 산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말에 얼른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굉장히 빡빡한 시간 내에 읽어야 해서 조금 어려움을 겪었지만 문체 자체가 지루하지 않았고 이야기 전개 또한 재미있었다.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의 일생을 이렇게까지 들여 다 본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세밀하게 담아낸 소설이었다. 한 사람의 일생을 담아내며 주변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물론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스토너라는 사람의 삶이 참으로 씁쓸하고 비극적이다라는 평을 많이들 했다. 그래서 굉장히 의아했다. 사실 이 소설을 보기 전에 <리틀라이프>라는 소설을 생각하고 갔는데, 그정도 수준의 비극이 아니라서 그런지 엄청 슬프지는 않았다. 그의 삶을 실패했다고 표현하기엔 그는 자신의 삶을 무사히 잘 마쳤기 때문이다. 성공의 기준이 어느 정도 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는 그가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스토너의 삶을 슬프고 불행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가 대 부분의 사람들보다 나은 삶을 살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이 하 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어느 정도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일 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라는 작가의 말처럼 나 또한 그의 삶이 훌룡하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부터 시작되는 그가 조금씩 커가는 모습이 뭔가 대견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별한 삶도, 평범한 삶도 무사히 꾸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소설의 특성상 흥미를 유발할 만한 자극적인 요소가 들어있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의로운 존재’로서 악의 무리에 대항하는 이야기나, 자신의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굉장히 현실적이고 솔직 담백해서 오히려 호감이 갔다. 평범한 일상도, 비극적인 사건도 차분하고 담담하게 서술해 두어서인지 더욱 서글퍼졌고, 아쉬운 인연의 끈을 잡고 싶어 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괜찮다고 말하며 그것을 받아 들어야 한다고 책임지는 모습이 참으로 멋진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는 농부의 아들로 커 농업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교양 수업을 통해 영문학개론 수업을 듣게 되었고 셰익스피어의 일흔세 번째 소네트를 접한 후 문학에 흠뻑 빠진다. 고향에 돌아가는 대신 대학에 남아 영문학도로서 살아가게 된다. 그는 첫눈에 반한 여인과 사랑에 빠졌고 결혼해 가정을 이뤘지만 자신이 꿈꿔왔던 생활과는 거리가 먼 일상을 마주하게 된다. 무기력하고 자신과는 교류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에 눈을 돌렸고, 자신의 일에 몰두하게 된다. 교수로서 자신의 소신을 지키려 하지만 그 마저도 쉽지 않다. 여러 방해공작을 견뎌내면서도 큰 저항은 하지 않는다. 그런 상대 앞에서는 소용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의외의 곳에서의 반격은 매우 통쾌했음은 덤이다.

 

그의 주변에 아무도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속내를 드러낼 만큼의 친분을 쌓을 만한 사람은 없었다. 그가 의지하고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이 잠시 등장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 잠시 동안의 만남이 짧았다는 것을 알았다면 더욱 열정적으로 사랑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동료에게서도, 가족에게서도 고립된 상태로 살아갔다. 또한, 세계대전과 대공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일생을 학문에 바치며 생애를 이어갔다. 예상치 못한 순간도 존재했지만 그의 일생을 모두 실패한, 절망적인 것으로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것도, 그것에 애정을 가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는 19세부터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가지고, 끝까지 그 일에 충실했다. 그가 당한 일들의 일부가 부조리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것에 대항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일들을 그의 삶을 정의하기 위한 것으로 이용할 수는 없다. 악의 무리에 정의롭게 대항하거나 사회적 성공에 도달한 삶을 산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삶을 살아가고 꾸준히 자신의 일을 하며 어떤 위치에 머무는것 자체가 쉽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의 삶을 실패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인상 깊은 문장

 

22p 순간 순간이 나란히 놓인 것 같으면서도 서로 소외되어 있어서 그는 자신이 시간과 동떨어진 곳에서 고르지 못한 상태로 돌아가는 커다란 디오라마를 보듯이 시간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31p 경솔하게 선택한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고 자신이 버린 세계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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