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게 도깨비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면 나는 어떤 물건을 고르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25시 도깨비 편의점 1>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질문이다. 아이들의 소소한 고민을 판타지로 풀어낸 이야기이지만 결국 선택을 하는 우리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신비한 상품이 순간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지만 그 기적을 어떻게 이어갈지는 오롯이 선택한 사람의 몫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이 책에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연화였다. 후반의 사정으로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아서 더욱 인상 깊었던 인물이었다. 교통사고로 혼자가 되었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며 더 나은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또 한번의 사고를 겪은 후 ‘희생’을 치르게 된다. 이 가혹한 설정이 연화에게는 또 다른 시작을 꿈꾸게 하는 전환점이었을 것이다. 1권에서는 연화 아니 갈달에 대한 이야기가 더 나오지는 않지만 앞으로 더 이어질 이야기에서 연화이자 갈달의 이야기가 더 나오지 않을까.
친구의 위선을 바라보며 느낀 불편함, 엄마를 감추고 싶던 아이가 엄마를 위해 몸을 던지는 장면. 이 모든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건 자기 진심을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살아가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문제를 회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결국엔 자신이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도깨비 편의점이 신비한 물건을 내어주지만 모든 문제에 답을 내어주진 않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 가만히 지켜보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야기가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보니 조금 산만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꼭 하나의 메시지로 정리되지 않는 점이 솔직하게 다가왔다. 마치 인생처럼. 모든 게 깔끔하게 정리되거나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진짜 변화는 기적에서부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책을 덮고나서 그 처음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을 골라 기적을 일으킬까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나의 진심을 들여다보고 그 선택을 책임지는 나의 용기를 마주하는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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