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시네마 단편 2는 <서를 담고>, <스크램블>, <한 판 더>, <디어 팬> 묶음 상영하는 섹션이다.

서를 담고 After Submersion
영화정보
감독
박정수 PARK Jeongsu
제작연도
2026
상영시간
16min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world premiere
시놉시스
무기력한 피리 연주자 수현은 내림굿 반주를 하다가 실수를 하고, 굿은 중단되고 만다. 연주를 포기하고 떠나려는 순간, 수현은 치열하게 연습했고 또 괴로워했던 과거의 자신을 마주한다.
영화 리뷰
어느 순간 끊어진 가락 사이에서 다시 선명해지는 어제의 마디.
피리 연주자 수현은 이미 피리 연주에서 손을 뗀 상태다. 하지만 지인의 부탁을 받고 내림굿 반주를 맡게 되는데, 연달아 하는 실수에 굿은 중단되고 만다. 어디에서 부터 다시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 멈춰버린 굿판을 그만두려는 순간, 자신을 붙잡는 손과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가장 뜨거웠던 시절의 자신을 마주하게 만든다.
완벽한 연주를 위해 스스로를 몰아세우던 날카로운 기억들은 더이상 상처가 아니다. 그 흉터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 끊어진 가락을 다시 맞잡는다. 다음 마디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건 '신'의 도움이 아니다. 또한, 그녀가 마주한 게 신의 목소리도 아니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고, 열정적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자기 자신의 목소리다. 수현은 엉망으로 끝내버리는 대신 다시 피리에 숨을 불어넣으며, 비로소 진정한 자신만의 연주를 시작한다.

스크램블 Scramble
영화정보
감독
이한들 LEE Handeul
제작연도
2026
상영시간
26min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world premiere
시놉시스
아마추어 격투기 선수 송하는 시합 중 기절하며 그날의 경기 내용을 망각해 버린다. 어느 날 송하에게 22년 전 자신을 버렸던 아버지의 고독사 소식이 전해진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감정도 불분명한 채, 그는 단절되었던 과거의 흔적을 따라나서기 시작한다.
영화 리뷰
잘 섞인 계란처럼 살고 싶지만 세상이라는 팬 위에서 짓이겨진다.
링 위에서는 상대를 뭉개야만 내가 승부에서 이길 수 있지만 링 밖의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다. 짓이겨져야 만 섞일 수 있다. 아마추어 격투기 선수 송하에게 찾아온 망각은, 어쩌면 뭉개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선택한 쉼표일지도 모른다. 22년 전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고독사 소식은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다시 링 위로 불러일으킨다. 잘 섞인 계란처럼 매끈하고 조화롭게 살고 싶지만, 세상이라는 뜨거운 팬은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끊임없이 휘젓고 눌러 붙게 만들며, 본래의 형태를 잃어버린 스크램블로 만들어버린다. 과거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노력에도 기억은 여전히 불분명하고 자기 자신도 갈피를 잡지 못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 불투명함을 억지로 정돈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으깨진 것들을 모아 삶이라는 요리를 완성한다. 완전하지 않아도 삶은 흘러가고, 짓이겨진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은 상처에 눌러 붙어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곤란할 때면 침묵하고 거짓말 했던 송하가 마침내 아버지의 흔적을 끌어 안을 때, 자신의 온전함을 마주한다.

한 판 더 Milk tooth
영화정보
감독
마준엽 MA Junyoub
제작연도
2025
상영시간
10min
관람가
전체 관람가
world premiere
시놉시스
아이들끼리 직접 유치를 뽑으려 한다. 겁쟁이 마리는 뽑기 싫지만, 언니가 미끼로 내건 피자의 유혹은 참기 힘들다. 문고리에 실 묶기, 문짝 쾅 닫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빠지는 건 젖니가 아니라 마리의 멘탈 뿐. 이마는 점점 더 벌겋게 부어오르고, 실패할 때마다 언니의 작전은 더욱 기상천외해진다.
영화리뷰
흔들리는 유치에 거는 비장하지만 살짝은 유치한 사투.
피자를 먹고 싶은 아이들의 사투를 다룬 영화다. 정말 진지하게 '치과 가는 게 어때'라는 말이 입을 맴돌고, 내 잇몸까지 아파오지만 정작 이들은 너무 비장하다. 그러한 방식으로 이를 뽑아야만 '피자'를 먹을 수 있는걸까? 고전적인 방식인 실을 이에 묶고 이마 때리기, 문에 걸고 닫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되지 하지 않는다. 빠지는 건 이가 아니라 마리의 멘탈. 이마는 붉게 부어오르고 마음은 상하고 공포는 극에 달하지만 피자를 향한 집념은 꺾이지 않는다. 영화 속 이야기는 다소 유치한 소동처럼 느껴지지만 아이들에겐 너무나도 치열한 유치 뽑기 대작전이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피자는 어떤 것보다 더 맛있고 달콤하지만 공포를 이겨낸 아이들의 천진한 얼굴은 그 피자보다 더 진한 성장의 맛이다. 보상을 위해 두려움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붉게 부어오른 이마를 훈장 삼아 웃어 보일 수 있는 '한 판 더'의 용기다. 그래도 이 뽑는 건 안전하게 치과로 가자..

디어 팬 Dear Fan
영화정보
감독
강나라 KANG Nara
제작연도
2026
상영시간
27min
관람가
전체 관람가
world premiere
시놉시스
대한민국을 휩쓴 계엄과 광장. 공연장에서 봤던 팬들이 그곳에도 있었다. 응원봉을 들고 광장에 나선 당신에게.
영화리뷰
좋아하던 가수를 향하던 응원봉의 불빛이 모여 가려진 이름을 비추는 연대의 빛으로.
역사의 한 가운데 있었지만 어느 순간 사라진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다. 12월 3일, 대한민국을 들썩였던 계엄령은 많은 시민들을 광장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각양각색의 응원봉과 깃발들은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며 그 목소리는 마치 없었던 것처럼 빠르게 지워졌다. 광장을 가득 메웠던 형형색색의 불빛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남아있다. 민주주의를 외치던 개인의 열망은 정치적 발화의 침묵으로, 또 사적인 영역이라는 이유로 다시 침묵을 맞이했다.
영화는 그 지점에서 다시 카메라를 든다.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광장으로 나섰던 투쟁을 침묵으로 맺을 수는 없다고. 그래서 감독은 뜨거운 함성이 잦아든 자리에서 다시 이름을 꺼내어 밀려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터부시되었던 이들이 응원봉을 들고 횃불처럼 민주주의의 정중앙에 섰던 것처럼, 그 연대의 파동은 끝나지 않았음을 영화에 남긴다. 광장의 열기는 식었지만 다시 응원봉을 고쳐 쥐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의 얼굴을 마주한다. 정치적 요소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조금은 다르게 흘러가는 영화의 방향성은 약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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