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편경쟁 1은 녹백, 콜라와 오차, 미러리스 시티 뷰로 구성 되어 있다.

녹백 knock Back
영화 정보
감독 정찬희 CUNG Chanhee noah
국가 Korea, Switzerland
제작연도 2025
상영시간 23min
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World Premiere
시놉시스
빼뜨기, 건너뜨기, 그리고 바늘비우기. 스위스에서 2년을 함께한 룸메이트 윤숙과 선우는 함께 뜨개질을 하며 선우의 마지막 겨울을 보낸다. 마지막 코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윤숙은 비로소 '녹백'을 시작한다.
영화리뷰
우리만의 언어로 만든 세상은 또 다른 세상을 만들기 위한 돌려뜨기
낯설지만 익숙한 세상에서 자신들만의 언어로 코를 뜬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두 사람의 세상은 남들이 이해할 수는 없어도 온전할 수 있는 교감의 공간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없게 된 이후, 윤숙은 자신이 익숙한 언어가 남들에게 정확하게 받아 들여질 수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녀가 살아온 세상과 지금의 세상에는 차이가 있었다. 어긋남에 형용할 수 없는 낯선 감정을 느끼지만 '녹백'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꿈꾸게 된다. '우리'라는 그 넓은 세상이 '나'로 좁아지다가 다시 '우리'라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되는 새로움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결국 '나'로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겠지만 사람에게 있어 관계라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뜨개질에서 베이킹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매끄럽지는 않았다.

녹차와 오차 Cola and Ocha
영화 정보
감독 한유진 HAN Yujin
국가 Korea
제작연도 2026
상영시간 26min
관람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World Premiere
시놉시스
결혼을 앞둔 하쿠와 카호.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카호가 우연히 한 권의 동화책을 발견한다. 카호의 낭독이 끝난 후, 하쿠는 갑자기 졸업증서가 전 연인 소의 집에 있다고 말하며 카호와 함께 집을 나선다.
영화리뷰
새로운 약속을 뒤로 두고, 찻물처럼 우려낸 미련이 혀끝에 씁쓸하게 남는다.
카호가 읊는 동화책의 구절은 어미새와 아기새의 이야기다. 그 속에는 타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보내주어야 한다는 애틋함이 녹아있었고, 낭독이 이어질수록 이 책을 쓴 저자가 혹시 하쿠와 깊은 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피어오른다. 물론 그 대상은 카호가 아니었다. 결혼을 앞두고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하쿠는 취직에 필요한 졸업증서가 전 연인 '소'의 집에 있다고 고백한다. 카호는 그 미심쩍은 과거의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그와 동행하지만, 도착한 소의 집에서 마주한 것은 상상보다 훨씬 견고한 '그들만의 세계'였다. 그곳은 하쿠의 방과 소름 돋을 정도로 닮아 있었고, 하쿠의 행동 또한 자연스러웠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공간에 있었던 것처럼 익숙하게.
그 뿐만 이었다면 다행이었을 것이다. 배트민턴 라켓, 동화책, 익숙하게 나누어 피는 담배,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들이 나누는 '오차'는 카호가 끼어들 수 없는 시간의 증명이다. 뜨거운 물에 찻잎이 서서히 우러나오며 진한 향을 내듯 두 사람 사이에는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서사가 있었다. 두 사람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찻물을 음미하며 온기를 공유할 때, 카호의 손에 쥐어진 것은 미지근한 콜라 뿐이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찻물과 달리 끊임없이 톡 쏘며 튀어 오르는 콜라의 탄산은 카호가 느끼는 신경질적인 불안과 미묘한 불쾌감을 시각화한다. 마치 그녀로 하여금 침입자로 만드는 두 사람의 애틋함은 확신으로 접어든다. 설령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단내 빠진 콜라의 텁텁함과 찻물처럼 우려진 그 배신감은 지울 수 없는 얼룩을 남긴다. 어떤 결말을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곧 있으면 재회하지 않을까? 계속 놔뒀으면 안좋은 결말을 맺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콜라와 오차는 완전히 다르지. 다른 사람은 다른 길을 가야한다.

미러리스 시티 뷰 Mirrorless City View
영화 정보
감독 곽서영 KWAK Seoyoung
국가 Korea
제작연도 2026
상영시간 37min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World Premiere
시놉시스
나는 출신지가 같은 한 여자와 다른 도시에서 온 남자 사이의 모호한 관계를 생각한다. 그들은 아주 짧은 시간을 함께 했으며, 끝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끝내 마주할 수 없는 상황은 지난 풍경을 좇아 다시 시간위에 올려놓게 만든다. 그것은 도시의 흐름을 거슬러 만난 흔적일까, 다만 잠시 허용된 반사의 순간일까?
영화리뷰
거울로 비춘 우리의 세상, 의미부여 할수록 더 넓어지는 마음.
거울로 비친 우리의 세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우리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세상은 대개 자신이 보고자 하는 방향, 혹은 이미 마음이 기울어 있는 관심의 영역이다. 그 외의 풍경은 사실 누군가 곁에서 짚어주거나 마주하지 않으면 온전히 바라보기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사실, 영화엔 도드라지는 극적인 사건이나 특별한 서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그저 도시의 파편적인 풍경을 응시하고, 그 풍경 속에 놓인 두 남녀는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갈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일상의 언어가 아닌 의미심장하면서도 철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상대를 향한 말이 아니라 거울 표면에 부딪혀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성찰의 울림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흔히 거울이 세상을 똑같이 비춘다고 믿지만, 사실 거울은 우리가 보고 싶은 단면만을 선택적으로 굴절시킨다. 들이 나누는 대화는 서사를 진전시키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내가 보지 못했던 내 등 뒤의 풍경을 비추는 '반사의 순간'을 허용한다. 풍경을 바라보며 내뱉는 말들이 쌓일수록 마음의 지평은 넓어지지만, 역설적으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을 유지한다. 이는 마주 볼 수 없는 거울의 숙명과도 같다. 그러나 끝내 마주하지 못하더라도,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나의 세상을 다시 시간 위에 올려놓는 그 짧은 찰나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나를 온전히 마주하게 만드는 용기 있는 회귀다. 의미를 부여할수록 넓어지는 그들의 마음은 와닿지 않았다. 형체 있어 보이는 듯 했지만 그냥 스쳐지나가는 말들은 지루함을 유발한다.
총평
세 단편은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서 같은 섹션에 묶였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각기 다른 오브제(실, 찻잔, 거울)를 통해 관계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점이 인상깊다. 누군가는 비워냄으로써 자아를 확장하고, 누군가는 과거에 잠식당해 현재의 균열을 목격하며, 누군가는 타인을 비추며 자신의 원점을 발견한다. '나'로 부터 시작된 나의 세상은 '나'로도 충분하지만 타인이라는 매개체를 거쳤을 때,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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