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소한 것에서 개발된 새로운 기술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활동에서부터 시작하여 급격하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사람과 사람 간의 단절을 메워줄 하나의 수단이기도 했지만, 누군가의 상실을 채워주기도 했다. 그렇게 발전을 거듭해 인간형 안드로이드 로봇은 어느새 인간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있었다. 물론 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존재했지만 아직은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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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후기
유려하게 빛나는 그 아름다운 사랑에 관해.
어린 시절의 기억은 내면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흔적을 만들어서 상처를 입는 게 두려웠던 제이는 관계의 단절에 개의치 않는다. 기대하지 않아서 실망하지 않고 관계를 맺지 않아서 끊어질 일도 없다는 생각에 갇혀 있는 것이다. 그런 기억으로 현재를 살아온 제이는 상처와 원망으로 뒤덮인 이 회사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아버지에 관한 모든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올곧게 따라오는 유려한 선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철저한 인간중심의 사고는 변하는 마음과 사랑의 방향 결과로 인한 잔혹함으로 짙게 흔적을 남긴다. 그것을 고려 하지 않았어도 생기는 문제들은 시작하기도 전에 두려움에 갇히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를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쌓아두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쓸모없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두 개의 선으로부터 시작해 사랑으로 만들어진 곡선은 함께 하는 모든 기억으로 존재한다. 일방의 감정이 아닌 맞닿은 마음은 어떠한 위기가 와도 서로의 곡선으로 남아 이때까지는 보지 못했던 섬광이 일으켜 눈부시게 아름다움을 펼쳐낸다.
두려움은 그것을 떨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방어기제를 펼친다. 가장 간편한 방식으로 드러나는 폭력성은 몇 가지 조건만 갖추면 폭발적으로 나타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습도 똑같은 모습을 하게 만든다. 불안은 전염성이라고 했던가. 마치 모두가 그 모습을 감춰왔던 것처럼 급격하게 번져가는 불안과 혐오는 기폭제가 되어 당연한 차별로 이어진다.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것이 자신에게서 보인다는 사실을 잊은 것처럼 목적도, 수단도 잃은 채 그 자리를 맴돈다.
많이 다뤄진 소재이지만 여전히 흥미로움을 많이 남기는 안드로이드 로봇에 관한 내용이라서 많은 기대를 하고 책을 감상했다.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고 상당히 재미있었다. 보통은 인간을 능가하는 로봇들과 인간들의 전투로 시작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없는 설정이 인상 깊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 수많은 상실을 다루어 낸다. 하지만 제이와 균을 중점적으로 다루어 내는 방식을 택하다 보니 많은 것들을 다뤄내지 못하는 아쉬움은 존재한다. 사랑의 관점에서 본다면 완전하지만, 인류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결말을 마주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극단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상 깊은 구절
p64 인간에 대해 호의를 갖고 행동하게 한 안드로이드의 기본 설정도 변할까? 무시와 무관심이 사람의 마음을 멍들게 하는 것처럼 안드로이드의 마음에도 마음과 좌절의 감정을 생성할 수 있을까?
p107 나는 단 한 번도 그들의 사랑이 온전한 모양일 거라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인간의 일방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모양이라고 해서 사랑이라고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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