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며 마주한 것을 떠오르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어떤 이름에 걸맞은 이야기가 된다. 책 <어떤 이름에게>는 박선아 작가의 글과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중한 사람들이 떠오르는 책이다. 물론 어떤 글들은 내가 포함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어떤 글들은 마치 내가 그 편지를 받은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순간의 감정과 닿을까.
목차
그리움
병에 담긴 편지
달
바보의 친구
어떤 이름들
비밀스러운 삶
나무들
밤 산책
함께 늙어가는 일
천장 영화관
우리는 고양이들처럼
한 사람의 스크루지
앵무새와 까치
용기 있는 순간들
모찌는 말이 없어서
한 손에는 책을
미노광
볼 수 없던 장면
있을 때 잘해
자전거를 탄 우리들
우리의 언어
발코니가 있는 삶
우리가 함께 먹은 카레
똑똑한 전화기를 좋아하지만
옥상에 맡겨둔 유년
눈에 보이는 슬픔
잘 먹겠습니다
다 어디로 갔을까
기다림에 대하여
작지만 확실한 행복
따뜻한 비데에 앉아
너는 크고 뚱뚱한 고양이
상세이미지
책 후기
다각도에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세상에 대한 소중함으로 가득하다.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책은 시간의 흔적이 담겨 더 의미 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그저 그런 형태로 남지 않은 어떤 이름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한번 책을 펼치면 덮을 수 없을 정도로 이 따뜻함은 계속 같은 형태로 남아있다. 그 편지는 어떤 이름에게 닿을까. 문득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일깨우며 각자에게 소중한 이름들을 떠올리게끔 만든다. 그리고 각자 그 이름에게 안녕을 바라는 그 마음마저 느껴진다.
각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어떤 이름은 그 사람에 대한 애정이 흠뻑 느껴지는 글이었다.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관찰하고 그 생각을 글로 옮겨 쓰는 행위를 통해 작가의 내면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느끼는 감정들의 총집합은 주변의 따뜻함을 잘 흡수하여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시작한다. 나의 순간들을 담고 싶다는 바람처럼 기억의 흔적이 담긴 형태는 조금씩 완전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기다림과 슬픔, 그 외의 감정들이 글을 통해 전해진다. 그 공간에서 함께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될 수 있는 어떤 이름에 다가가는 이야기는 그리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이름 없는 편지에서 나의 이름을 발견한 건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마주한 책에서 발견한 따뜻함은 상상 이상의 특별함을 가져다준다. 어떤 계절에도 느낄 수 있는 온기가 되어 내면으로 스며든다. 순간을 담은 공간을 함께 이동하는 현장감이 돋보이는 글과 사진은 곱씹어 보며 천천히 보게 만든다. 오랫동안 <어떤 이름에게>의 문장들이 남을 것 같다.
인상 깊은 문장
p 215 그땐 옥상에서 보이는 풍경이 우리가 아는 세계의 전부였고 우리는 늘 더 멀리가고 싶어했던 것 같아. 놀이동산에 가거나 멀리 서울에 가면 떨려하고 했잖아. 이상하게 지금은 그 시간을 떠올리는 일이 어디론가 향하는 일보다 더 떨리네.
p 217 아기는 오늘을 기억할까?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있어야만 하는 일들이 있는 것 같아. 엄마는 어린 시절 어딘가에 데려간 얘기를 하며 "기억도 못 할 것을 왜 그렇게 열심히 데리고 다녔나 몰라." 말하곤 하는데, 나는 어딘가에 그 시간이 새겨져 있을 거라 믿어. 그 아이의 유년에도 오늘의 바다가 남겠지. 유년의 기억이 있고, 그 시간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게 커다란 선물처럼 느껴지는 날이다.
P.227 언젠가 “가장 감사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저는 “슬픔을 알게 된 것”이라고 답했어요. 그때부터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 것 같아요. 그렇게 여기저기 살피다 보면, 세상의 수많은 슬픔 중 어떤 것은 제 눈에 보이기도 하고요. 가끔 나와 상관없는 슬픔에도 울 수 있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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