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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책 리뷰] 서울 이데아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3.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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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땅을 밟고 살아가지만 자신의 원형을 마주 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그것은 어떤 경계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겐 더욱 어려운 알으로 다가온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누군가의 지독한 방황을 통해 더욱 자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책 <서울 이데아>는 그들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어디엔가에 뿌리내리고 싶었던 이의 진정한 마음은 어디에 정착하게 될지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꽤 굵은 페이지임에도 상당한 몰입감이 있고 술술 잘 읽히는 문체가 인상깊다.


목차


이방인 - 7
잃어버린 고향을 찾아서 - 11
가야할 이유 - 18
코리안 드림 - 28
어색한 내국인 - 37
불협화음 - 47
비밀의 정원 - 56
한국인 연습 - 70
외로운 소환사의 협곡 - 81
소수 민족과 원더랜드 - 94
구조신호 - 115
다문화주의자 - 124
함께하고 싶은 것 -134
제임스 본드 - 149
신고식 - 159
민족주의자 - 170
신기루 - 185
어떤 설렘 - 196
아웃사이더 - 208
서울 이데아 - 223
청강생의 신고식 - 234
테니스 코트 - 247
언더그라운드 락스타 - 261
홍대병 - 276
이데아를 향하여 - 293
하람 - 307
총학생회 - 319
캐릭터 양말 - 328
제주의 유혹 - 341
그래 좋아 - 354
이데아를 위하여 - 363
금기의 저편 - 382
퍼즐 조각 - 393
도화선 - 406
약속의 날 - 418
고백 – 427
기다림 - 437
광화문으로부터 – 446

작가의 말 – 465
서울 이데아를 떠나보내며 - 467

상세 이미지


책 후기


그가 나아가고 싶었던 서울 이데아는 어디에.

스무 살의 준서는 유년 시절을 모로코와 프랑스에서만 보냈다. 이곳에서는 준서를 한국인으로 보지만 정작 자신은 한국에 대한 것을 하나도 몰랐다. 그런 상황이 다소 혼란스러웠던 준서는 이방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항상 겉돌았던 생활을 뒤로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한국에서 뿌리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늘 엄마가 정해준 방향으로 자신의 정처를 옮기던 그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곳이었다. 목적지는 서울,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자신이 느끼기에 완전한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낯설지만 뿌리내리고 싶었던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생활을 시작하며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시작한다.

처음은 한국드라마에서 보았던 환상적인 모습을 '서울'에서 찾곤 했다. 드라마 <비밀의 정원>을 통해 바라봤던 서울의 모습은 치열하지만 꿈과 희망으로 넘쳐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주제곡 <나무>를 들으며 즐기고 싶었던 이상은 현실의 모습과 많이 달랐고 그 모습을 좇을수록 자신과 닮은 것을 마주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익숙함을 배제하고 자신이 바라던 한국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준서. 생각과는 달랐던 대학생활이나 그 외의 것들이 버겁게 느껴지지만 자신이 이곳에 뿌리내리라 끊임없이 생각하고 되새기며 서울에 점차 적응해 간다.

사실 가혹할 정도로 준서에게 절망이 연속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비자발적인 생활을 해왔던 준서에게 있어서 아주 큰 선택이었고 꼭 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기에 머나먼 한국으로 왔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길을 찾고 싶었고 그 발자취를 통해 방법을 찾아가는 모습은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독립'이라는 과정에서 꼭 중요한 장면이었다. 관계와 선택의 결과는 때론 가혹할지라도 다시 완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에게 맞닿던 수많은 인연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모습은 참 마음이 아팠고 언젠가는 사랑을 쫓아 자신의 이데아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 속하고 싶었던 준서는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지만 '서울 이데아'라는 이상향에 절망한다.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며 그가 마주한 절망이 진심으로 아프게 다가온다. 준서뿐만 아니라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생각했던 빅토르가 마주한 현실이 우리는 과연 생각하고 선택한 대로 정체성을 뿌리내릴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나라는 사람을 정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나를 찾아가는 한 걸음처럼 느껴진다. 선배의 말처럼 한국인, 이방인에 국한되지 않고 그저 준서로 존재하는 '서울 이데아'에 남아있기를 바랄 뿐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 사랑을 향한 열정, 그 과정에서 비롯되는 미숙함은 결코 우습지 않은 것이었다. 누구나 할 수 없어서, 나의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말이 훨씬 더 우습다. 비록 환상이라 할지라도, 원더랜드에 불과할지라도 나아가는 준서의 모습이 멋지게 느껴진다. 준서의 방황은 사실 그의 만의 것이 아니었다. 가장 자신이 바라던 모습에 근접하다고 느꼈던 빅토르가 겪는 고 민또 한 그런 모습이었으니까. 나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생각하여 나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인상 깊은 구절

p232 어쩌면 저는 서울 이데아를 꿈꾸고 한국에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그렇고 한국의 많은 청춘들도 어떤 환상을 꿈꾸면서 서울에 온 게 아닐까요. 하지만 저 는 서울이 단 하나의 이데아만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곳에 사는 모두 각자의 서울 이데아가 있는 거죠.

p238 그 때문에 준서에게 큰 관심이 있는 건 체제 자체가 아니라 체제 속에서의 자신이었다. 정치보다는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의 행복이 중요했다. 늘 국외자였기에 체제가 바뀐다고 해서 그가 영향을 받는 건 미미하다는 걸 일찍이 깨달은 것이었다. 언젠가 자 신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면 그때는 정치에 관심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한국이기를 바랄 뿐이었다.

p260 한국에서 함께한다는 건 도대체 무엇인 것일까. 어디에 소속된다는 건 어떤 의미인 것일까. 열심히 준비한다고 해서 쉽게 소속되는 것도 아니었다. 의욕만 앞선다고 그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들과 같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같아야 하는 지점'을 찾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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