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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회 문화 예술

[책 리뷰] 비극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3.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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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구체적 의미는 슬픔, 불행, 비참함을 소재로 한 극의 갈래이다. 비극적인 정신은 숭고함이 드러날 수 있으며 비극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인공의 화려한 특별함에 고귀함을 더한다. 이러한 요소가 모여 그 형체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허무주의에 부딪히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비극적 예술은 고통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비극은 침묵의 이면에서 울컥하고 밀려 나와 저마다의 무언가를 이야기한다. 지식인이자 평론가인 테리 이글턴의 책 <비극>은 비극의 시작과 발전 과정을 통해 해당 장르에 대한 새로운 설명을 해낸다.


목차
옮긴이의 말
서문
1. 비극은 죽었는가
2. 근친상간과 산술
3. 비극적 이행
4. 유익한 허위
5. 위로할 수 없는 자

상세 이미지


책 후기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비극의 형태는 또 다르게 느껴진다. 저마다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보편적인 시선에 따른 기준은 다소 어려운 개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관점으로 봤을 때, 현재의 비극은 죽었다고 되지만 실패와 좌절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비극을 지속하고 있다. 기존의 특권을 벗겨낸다면 실제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비극의 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생각은 여러형태의 비극을 마주할 때 더욱 명확해진다.

풍부하게 풀어놓은 인간의 힘은 비극과 역경에 관한 일들을 마주할 때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우리가 비극이라고 느끼고 있었던 홀로코스트는 비극이 아니라고 한다. 참혹할 만큼 무참하여 의미조차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학작품에서의 등장인물들이 고전주의적 고대의 운명 앞에서 얼마나 냉혹한 요구에 맞닥뜨렸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근대에 와서는 비극은 조금 다른 형태로 다가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여전히 비극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나 다름없었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고통을 드러내는 것은 말로 다 하지 못하는 비극이 되기도 한다. 고통을 감추고 살아야 하는 이 사회에서 비극이 없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비극적이라는 사실이 더욱 비참하게 느껴진다. 진정한 절망은 우리가 더는 말할 수 없을 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힘든 책의 철학 속에서 나름의 질문과 그에 대한 질문으로 나를 투영하게 된다. 이 묵직함은 끊임없이 이어져 오래 나를 맴돌 것 같다.


인상 깊은 문장

 

P 13 비극은 보편적이라고 하는데, 이 말의 일상적인 의미를 염두에 둔다면 그것은 얼마든지 진실이라 할 수 있다. 아이의 죽음, 광산의 참사, 인간 정신의 점진적 붕괴를 슬퍼하는 것은 어떤 특정 문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슬픔과 절망은 공통어를 이룬다. 그러나 예술적 의미의 비극은 매우 구체적 사건이다.

p 22 비극에서 사람은 늘 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 죽지 않는다. 진정한 절망은 우리가 더는 말을 할 수 없을 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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