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친근하고 정겨운 방울 슈퍼는 꼭 주변에 있는 것 깉았다. 어릴 때, 500원을 모아 피카츄 돈가스나 쫀드기, 소위 불량식품이라고 불렸던 것들을 사 먹기 좋았던 슈퍼가 떠올라서인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간판만 남았지만, 그때 그 자리에 남아있는 추억의 맛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 되어 나의 기억에 남았다. 이제 책을 통해 마주한 <방울 슈퍼 이야기>는 황종권 시인의 첫 에세이로 추억 속에 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활기 넘치던 어린 시절의 방울 슈퍼를 소환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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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잊지 말아야 할 이름
방울 슈퍼의 탄생
방울 슈퍼의 전설들
방울 슈퍼와 도둑들
동전 명당
사브레의 권력
띠부띠부씰의 권력
이상한 왕따의 짝궁
최고의 콤비 플레이
이웃하는 적
미니쉘, 없는 마음도 고백하고 싶은
천 원의 힘
방울 슈퍼 아줌마의 과거
2장 장대비가 내리는 세상이라도
마을의 공포
왜 수프가 배고픈가
닭다리를 먹지 않는 이유 1
라면 먹고 갈래?
큰아버지의 저녁
자유시간
추운 눈물의 맛
영혼의 탕수육
눈물을 닦아 주는 맛
이제 아버지는 날 깨우지 않는다
기꺼운 타인
장범준과 할아버지의 바다
3장 내가 사랑한 풍경
이상한 자존심
닭다리를 먹지 않는 이유 2
머리맡 요구르트 두 병
최후의 배후
여수 촌놈들과 제자들
병철과 나
후생은 없다
외롭지 않냐?
빼빼로거나 삐에로거나
과자 한 봉지만 한 희망
격포에 가면 스승이 있다
4장 내가 끝까지 살아낼 삶의 이름들
엄마처럼 살겠다
오징어 로맨티스트
가장 큰 도둑
아내의 취향에 대하여
아폴로, 추억의 다른 이름
부라보콘 두 개 먹는 날
아내의 크리스마스트리
불효자는 울지 않고, 옵니다
내 인생의 홈런
희망의 문을 닫지 않는 사람
작가의 말
책 후기
그가 살던 동네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첫 번째 슈퍼인 방울슈퍼. 구멍만 한 추억에 새어 들어오는 방울 슈퍼는 동네의 따뜻한 무릎이자 골목의 꽃이었으며 어머니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이야기라는 이름을 하고 있지만 과거의 기억에 국한되지 않는 현재의 모습이기도 했다. 지금의 자신을 구성하는 하나의 추억은 또다시 나의 원동력이 되었다. 추억을 되뇌며 절망의 순간을 떠올리기도 한다. 견디기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서 보면 되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청춘의 아련함은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힘든 시기 였지만 되돌아 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시대는 많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켰다. 하지만 그 변화에 좌절하지 않고 기다리는 일이 아닌 찾아가는 일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는 계속해서 이어져 여기에도, 저기에도 흔적을 남긴다. 방울 슈퍼는 지금 없지만 그 기억의 흔적은 지금에야 도착한 것처럼 또렷한 형체를 가지고 있다. 방울 슈퍼는 사라지고 그 시절을 공유했던 사람들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지만 이 책을 마주하며 따뜻한 그 온도와 맛을 기억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생겨나지 않을까. 이 책에 남겨진 추억과 따뜻함은 어디에 의지할 곳 없는 이에게 고향이 될 수 있는 책이 될 것도 같다.
에세이를 보면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 생각했고 쏟아져 나오는 힐링 에세이에 피로감을 느껴서인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글을 보면 따뜻함을 온전히 전해 받을 수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분명히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음에도 많은 사람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글을 완성해 가는 모습을 보며 삶의 태도를 배우게 되었다. 여름이라 차가운 온도가 좋지만, 때론, 이런 따뜻함도 있어야 포기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며 사랑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했다. 살아가며 의미를 찾는 행위에 대해 의문을 품던 나에게 답을 주었다.
작가님의 질문
사람들에게 얻게 되는 힘도 있지만 사람들로부터 받는 상처가 클 때가 있다. 그때 당신의 텅 빈 시간을 함께 채울 짝꿍은 누구인가? 사람 말고 당신의 영혼을 가만히 들어 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 짝꿍은 어떤 신비로운 능력이 있는가?
나의 대답
슬픔을 나누면 슬픈 사람이 두 명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는 탓에 보통 힘이 들 때는 참는 편이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그 감정이 흘러넘쳐서 힘들 때는 친구에게 고민을 나눈다. 그 친구는 내가 평소에 힘든 일을 잘 털어놓지 않는 편이라 연락했을 때, 바로 받아준다. 또한 그 친구들에게 털어놓으면 해결해 나가는 방식에 도움을 얻으며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그 짝꿍은 연락을 선호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약속을 잡는 편인데, 나를 만나면 계획형이 되어주는 능력이 있다. 같은 취미를 가지면서 친해진 친구이지만 알면 알수록, 만나면 만날수록 잘 맞는 점이 많아서 더 오래 만났으면 좋겠다. 항상 고맙다.
인상 깊은 구절
p12 방울 슈퍼는 단지 구멍가게가 아니라 추억의 숨구멍이었고 그녀의 진짜 능력은 추억을 만드는 능력이었다. 추억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자 마음 자체로 피가 도는 힘이다.
p23 삶은 작은 추락의 연속이다. 추락하는 것들을 날개가 있다고 했으나 살아간다는 건 끝없는 바닥을 마주하는 일이다. 너무나 여러 겹을 가진 바닥을 마주할 때마다 희망보다 절망이 죽지 않는다.
P175 나는 누구처럼 살지 않아, 비로소 '나처럼 살 수 있었 다. 남들처럼 살지는 못해도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삶을 살아낸 건 나였다. 누군가 내가 살고 싶은 삶을 먼저 살았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 같은 삶을 살아도 나는 나일 뿐이다. 아름답다는 건 아(我)다움을 지켜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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