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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책 리뷰] 꿈해몽사전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3.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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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작가의 장편소설 <꿈해몽사전>은 주어진 운명을 벗어나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인간의 무의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꿈이라는 공간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윤소리, 그녀는 복잡한 감정을 벗어나 '꿈 해몽 사전'에 잘 녹여낼 수 있을까.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다. 그 순간에서 우리가 은연중에 느꼈던 편견과 오해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목차

1부
2부
3부
4부

해설
운명의 재구성
-박윤영(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책 후기

소리는 자신을 두고 떠난 동시에 자신의 운명을 바꾼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결핍을 꿈 해몽 사전을 통해 해소한다.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감수해야 하는 일들은 절대 당연하지 않았다. 그렇게 축축하게 젖은 목소리는 이토록 슬프게 하면서도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 내면을 잠식하기도 한다. 지금, 이 상황을 손쉬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누군가를 원망하며 편안해질 수도 있었겠지만, 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이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의 안녕을 바랐고 재회를 기다렸다. 설령 자신의 해석이 틀렸다고 해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은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아마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지만, 막상 사회에 나오면 멸시당하는 무당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했던 1세대, 2세대를 지나 3세대에 이르러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젊은 무당들의 이야기이다. 왠지 모를 씁쓸함이 감도는 책은 소리의 시선으로 보면 더욱 그 운명이 잔혹하게 느껴진다. 선택할 수 없어서 더욱 가혹하게 느껴지는 일들은 무업 전승 체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되는 건 참으로 쉬웠다. 무례한 언어를 내뱉는 이들이 잘못했다고 느끼면서도 계속된 배제와 혐오에 의한 따돌림은 내면에도 스며들기 마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마치 모두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언제부터 혐오는 당연하게 된 걸까.

불안한 마음은 본인이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 무력감에 더욱 저항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미래에 대한 운명의 흐름을 과연 자신이 바꿔나갈 수 있는 것인 걸까. 숙명적인 운명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어떤 행동으로 인해 그 운명을 벗어나기도 한다는 생각이 때론 희망을 가져다주는 것도 같다. 이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은 시작점에 놓여있었다. 아마 이전 세대들처럼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의지'를 가지게 되었음에 만족할 수밖에. 여전히 선택하지 못한 삶과 그로 인해 배제된 자신의 삶은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꿈 해몽 사전이라는 말은 반복되는 말처럼 느껴지지만 이만큼 적절한 단어가 없기 때문에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실제로는 꿈 해석 사전 혹은 꿈 풀이 해석으로 써야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상 깊은 구절

 

p288 엄마의 답장은 늘 간결했다. 아직 자리를 못 잡아 너무 정신이 없다. 소리가 잘 견뎌내 줘 고맙다, 율에게 모든 일을 상의하고 할머니 말씀 잘 들어라. 굿은 절대로 배우지 마라. 엄마가 자리 잡히면 방학 때 이곳으로 초대하겠다. 엄마는 자리가 잡히면, 이란 말을 자주 했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그때 나를 돌아보겠다는 뜻인가. 내가 바라는 것은 안정되고 자리 잡은 엄마가 아닌, 그냥 그대로 지치고 힘든 엄마의 얼굴에 내 얼굴을 비벼 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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