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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책 리뷰] 구름 해석 전문가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3.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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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부터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책을 보기 전부터 상당히 기대하고 보게 되었다. 이름만큼이나 상당히 흥미로워서 단숨에 읽었던 부희령 작가의 소설<구름 해석 전문가>은 6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콘도르는 날아가고> <구름 해석 전문가>, <만주>, <귀가>, <내 가슴은 돌처럼 차갑고 단단하다>이다. 구름에 가려진 이야기들은 작품마다 독특하게 스며들어 있는 단어들의 나열과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어 더욱 큰 몰입감을 선사한다. 구름이라는 이름은 있지만 자유로운 형체로 구성되었다 사라지고 마는 구름을 해석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상세 이미지

 

콘도르는 날아가고
구름해석전문가
완전한 집
만주
귀가
내 가슴은 돌처럼 차갑고 단단하다

해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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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후기

 

이토록 아름다운 이별의 형태.


불행은 아무것도 경험하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의 감정이 아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불행을 엿보게 되며 사랑에 스며든 불행, 어리석은 것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으려 할수록 계속 떠오르는 이 미묘함을 어디에 털어놓아야 할까. 여러 문제로 인해 의지할 곳이 없었던 터라 어떤 존재에 대한 결핍은 어떤 형체로든 찾아오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사랑은 마치 몸을 관통하듯 은연중 찾아온다. 눈물이나 한숨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지지만 경험해 보지 못한 탓에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없었다. 이토록 선명하지 않은 사랑의 감정은 다가가기도 전에 맥을 추리지 못하지만, 처음으로 건넨 용기는 씁쓸한 맛이 아닌 달달한 그 무언가의 맛으로 끝나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든다.

어떤 이별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잘 잊히지 않는 형태로 찾아온다. 나에게 치우쳐지지 않은 감정은 없다지만 유독 어떤 감정들은 내면에서 큰 혼란을 빚어온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관계가 혼란과 괴로움을 부추기고 그렇게 시작된 실체 없는 두려움은 구름에 가려진 하나의 감정으로 남아 있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사람들은 미처 그때는 매듭짓지 못했던 관계를 마침내 이별이라는 이름으로 끝마친다. 일방적인 감정이었든, 쌍방의 관계였든지 간에 그것은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져 자신의 방식을 찾아가고 있었다. 함께하던 삶을 정리하고 나의 삶을 새로이 시작하는 단계로 그렇게 차근차근 나아간다.

구름에 가려진 사람들을 그 공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구름을 해석하는 일만큼 중요한 건 없다. 당연히 느끼고 표출해야 할 감정들은 어떤 요인에 의해 모습을 감추고 있었고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정해진 것은 없지만 책에서 나름대로 해석한 구름은 이별에 대한 미련이며, 감정에 대한 해소였다. 문제에 대한 인식과 고민이 곧장 해결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에 따른 혼란과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면 이전보다는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렇게 산을 오르며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처하지만, 그 공간에서 이별과 새로운 시작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소설 자체의 설정이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별이라는 거 그리 슬프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지 모든 것들이 대기 속으로 사라져 그 공허함에 더 아프게 느껴질 뿐이다.

*참고로 가장 재미있게 본 단편 소설은 <콘도르는 날아가고>라는 작품이다.

인상 깊은 구절

p12 불행이란 무엇인가 연탄가스처럼 슬그머니 주위에 똬리를 틀기 시작하는 것이다.

p44 구름은 산을 타고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요. 산을 완전히 보려면 구름 아래에 있어서도 안 되고, 구름 속에 있어서도 안되고, 구름 위에 있어야 해요.
네? 여기서도 보인다면서요?
아, 그랬나? 내가 구름전문가는 아니거든요.

p133 네 눈은 달밤에 이리저리 떠다니는 비눗방울 같다. 어두운 허공 속에 떠 있는 둥글고 매끄러운 눈동자다. 너는 늘 무엇인가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네가 찾는 것은 네 눈길을 사로잡을 무엇이다. 처음에는 네가 눈에 지배당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한때 네가 오랜시간 나를 향한 눈길을 거두지 못했을 때, 마치 어쩔 수 없는 일처럼 네 눈길이 나에게 붙박이었을때, 나는 그것이 마음의 일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네 눈의 의지였고, 네 눈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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