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아 작가의 책 <친밀한 이방인>은 2022년에 공개되었던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의 원작소설이다. 드라마부터 접했던 나는, 원작 소설이 문득 궁금해졌다. 공통적인 내용을 담고 있겠지만 약간의 각색만으로도 내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원작 소설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어떤 전개 방식을 택했는지 드라마와 비교하며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얼굴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어떤 한 여자의 진실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그녀의 진실과 거짓은 과연 끝이 정해져 있을까. 오직 하나의 비밀에서 발견한 모두의 진짜 '삶'에 대해서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목차
1. 난파선 _007
2. 우울증에 걸린 피아니스트 _033
3. 보그 _057
4. 구인광고 _079
5. 위조 증명서 _105
6. 노인과 바다 _139
7. 은신처 _164
8. 바다 밑바닥의 온도 _189
9. 가짜 거짓말 _208
10. 제로의 가능태 _236
작가의 말 _254
책 후기
본격적으로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작가 겸 번역가인 '나'는 신문에서 어떤 광고를 보고 놀란다. 남편을 제외하면 자신이 썼다는 것을 아무도 모를 자신의 소설이 게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소설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까먹고 있었던 그녀는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 자신이 작가이니 자신의 소설을 싣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소설을 찾는 한 사람이 연락이 와 소설에 관한 내용과 6개월 전 실종된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렇게 실종된 남편은 수많은 거짓말에 둘러싸여 그 본질조차도 거짓처럼 느껴질 법도 했지만 그의 흔적을 찾는 간절함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그가 실종되면서 두고간 흔적은 수많은 거짓말을 품고 있었다. 책과 일기장 속의 그 사람은 소설가인줄 알았던 남편이 아닌 수십 개의 가면을 쓰고 있었던 여자였다. 자신의 거짓말을 덮기 위해 한평생을 그렇게 거짓으로 살아왔던 그녀는 왜 진실의 한 부분을 두고 갔을까. '나'는 문득 이유미가 궁금해졌고 진실의 칼날은 자신의 과거를 뒤쫓게 만들었다. 이유미라는 여자를 쓰고 싶어 졌던 '나'는 본격적으로 이유미를 둘러싼 사람들에게서 그녀의 실체를 듣게 된다. 정말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지만 결코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던 이유미의 마음 한편에는 어떤 감정들이 숨어 있는 걸까.
거짓말의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가난을 감추기 싫었고 자신이 특별하다고 여겼기에 그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거짓말을 덮기 위한 거짓말은 점차 크기를 부풀려 본질의 모습을 짓이기기 시작한다. 자신있게 예고 입시를 준비했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에 또 다른 것을 희망해 보지만 무언가를 진득하게 하지는 못한다. 그렇게 예고 입시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학교는 학교대로 문제가 생겼으며 대학 입시에 실패하는 결과를 맞게 된다. 하지만 은연중에 나온 거짓말은 이전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합격하지 못한 s여대에서 우연히 교지 편집 기자로 활동하며 재수 학원을 다니게 된 이유미. 너무 당연하게도 s여대 근처에도 지원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자신을 감추려 할수록 부족한 모습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을 새롭게 꾸며낸다. 살아가기 위해 한 일들이 앞으로 그녀의 삶을 바꿀 줄은 아마 그녀도 몰랐을 것이다.
거짓을 들키면서도 계속해서 거짓을 행하는 그녀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불안감을 숨기지 못한다. 이유미를 추적하며 그녀의 삶에 들어가는 '나'는 삶을 연기하는 많은 이들이 생각나 외로움인지 욕망인지 모를 것들이 맴도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사소한 계기로 바뀌기 시작하는 삶의 궤도는 새로운 것을 탐했으며 늘 그랬듯이 원하는 것을 얻는 이유미에게 닿는다. 물론 거짓이 모든 것을 정당화시킬 수 없었지만 그녀에게 뭔가 빠져드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다른 형태의 관계와 나름대로 가져왔던 행복의 기준을 함께했던 순간들을 기억했던 어떤 여자의 실체는 정말 무엇일까. 대단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거짓말과 뻔뻔하기 그지 없는 그의 비밀을 향해 계속해서 달려간다. 그녀와 비교할 수 없는 비밀은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지만 결국 별반 다르지 않은 행복에 대한 추적은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친밀한 이방인은 또 어디에서 어떤 가면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드라마와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참고하며 감상하면 더욱 재미있다. 우선, 드라마와 책은 시점부터가 다르다. 드라마는 이유미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면, 소설은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감정의 폭이 좀 다르게 느껴지고 친밀감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이 드라마에서 더욱 드러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드라마 속의 이유미는 자기 연민에 가득 찬 모습이지만 소설 속의 이유미는 알 수 없는 베일에 싸여있는 모습이다. 공통적인 건 자신의 상황보다 특별하고 싶다는 욕망이 이끌어낸 거짓말로 인해 자기 자신을 파괴하게 된다. 그녀가 이렇게 된 이유는 생각보다 더 복잡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늦둥이로 태어난 그녀가 지나치게 사랑을 받았다는 것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다지 좋은 부분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자신이 특별하는 생각은 좋지만 특별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행하는 건 결코 좋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것에 있어서 드라마가 욕망이 파열되는 부분을 잘 표현한 것 같아서 더욱 흥미롭게 봤다. 보다 불행한 과거의 모습이 더 잘 드러나는 반면, 그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자기연민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처럼 여겨졌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드라마가 소설을 잘 각색했고 소설 또한 기본이 잘 깔려 있어서 드라마로도 잘 표현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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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질서를 연기하는 한,진짜 삶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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