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이야미스 작가인 마리 유키코의 새로운 소설이 출간되었다. 이야미스는 ‘싫다’라는 뜻의 ‘イヤ’와 ‘미스터리’의 일본식 표기 ‘ミステリー’의 합성어로 보고 나면 싫은 기분이 드는 미스터리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일본의 독자적인 미스터리 서브 장르 중 하나이며 다크 미스터리라고도 칭한다. 마리 유키코는 이야미스의 3대 여왕으로 꼽히며 이번 신작에서도 그 모습이 잘 드러난다. 장편소설 <1961 도쿄하우스>는 관찰 예능과 살인 사건이라는 두 가지 소재를 결합하여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만들어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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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도쿄 하우스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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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후기
G 방송국 개국 60주년을 맞아 리얼리티 쇼를 기획하게 된다. 리얼리티 쇼의 인기가 떨어진 현시점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시청률을 높여줄 새로운 기획이 필요했다. 그러던 찰나, 영국의 <더 1900 하우스>처럼 100년 전의 시대에서 생활 체험을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관찰 예능 프로를 기획하여 그 시대에 재현을 함으로써 감동과 공감이 희망과 유대감으로 이어지는 구성으로 진행되면 참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제작진들은 그대로 진행하게 된다.
평범한 일반인 가족이 1961년의 단지를 재현한 곳에서 3개월간 당시 사람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생활하는 데 성공하면 500만 엔을 준다는 조건으로 일반인 가정을 모집하게 된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왔고 그에 따라 서류 및 면접을 시행하여 최종적으로 두 가족을 선발하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구현되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생활 전반의 모습이 상당히 어렵게 느껴진다. 일반적인 설정이 아니라 누군가의 의도에 따른 것처럼 자극적으로 예능이 진행된다. 제작진의 역할 부여와 유도에 따라 달라지는 출연진들의 태도는 TV 화면에 그대로 송출된다. 처음의 기획 의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혼란스러워지지만 그럼에도 출연진들은 계속해서 방송에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불공정한 계약과 자극적인 상황은 평범했던 가정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분노를 자아낸다.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도 나의 책임이 없다는 자기 합리화는 상상 이상으로 끔찍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드러나는 진실의 윤곽은 반전의 반전의 반전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한다. 더욱 심각해지는 사건의 중대성은 이 일에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반인을 끌어들이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에 의해 더욱 커진다. 그리고 1961년에 발생한 미제 사건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에 과거의 사건이 재현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누군가가 만들어 낸 상황인 건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는 사실이 더욱 끔찍했다.
분명히 사건의 진범이나 리얼리티 쇼에 대한 진실이 밝혀 졌지만 ‘추리’보다는 인물들의 ‘심리’에 집중하기 때문에 속시원한 사건 해결을 볼수는 없었다. 찝찝한 결말인 것은 분명하나 그 때문에 여운이 짙게 남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전개로 인해 갑갑 해지는 면이 있었으나 다음이 기다려지는 탓에 계속해서 읽게 만든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이야기 속에서도 책에 빠져들게 만드는 몰입감으로 한번에 다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영상으로 표현되면 더욱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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