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카미 히로미의 장편 소설 <마나즈루>는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로 인해 오랜 아픔을 외면했던 한 여성이 작은 바닷가 마을인 마나즈루를 오가며 상실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낯선 존재의 기척과 남편의 흔적이 묻어나는 마나즈루, 그곳에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마음과 함께 흘러가는 모호한 이야기의 전개가 매력적인 책 <마나즈루>는 2006년 발표작임에도 불구하고 빛바래지 않은 신선함이 돋보인다.
목차
마나즈루 · 7
해설 · 318
옮긴이의 말 · 334
책후기
소중한 존재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게 되며 자연스럽게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상황을 이겨내고 살아가겠지만 책에 나오는 이 여성은 그 상처를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고 살아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새어 나오는 상흔은 점차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감각을 차단해 두고 기억을 봉인해 두었던 그 일은 그녀를 마나즈루로 이끌었다.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따라오는 기척을 느꼈으며 그는 점차 자신과 가까워진다. 존재와 함께하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남편 레이와 함께했던 사랑의 기억도 떠오르기 시작했다.
케이는 사실 큰 상실을 겪으면서도 주어진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감각을 차단하고 기억을 봉인해 두었다. 오랜 시간 동안 외면했던 그 사실은 바닷가 마을인 마나즈루에 들리게 되며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괴로움의 감정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기억은 더욱 솔직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남편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여러 수단으로 자신의 공허함을 채우려 하지만 마나즈루를 오가며 어떤 것으로도 남편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이지라는 존재는 결국 남편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그는 그저 회피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자신이 극복의 대상이 되지 못하면 어떤 감정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그 공간을 통해 깨닫게 된다.
한 여성의 시선으로 기록된 이야기는 사랑의 상실을 마주하며 겪는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감각은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도록 그 자리를 공고히 지킨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실과 환상의 모호함의 경계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 부분을 제대로 살려 이야기가 전개되며 의문의 요소가 제대로 해소된다. 다만, 책의 전개 자체가 오로지 그녀의 생각과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사람의 시선으로 마주하기 때문에 사건의 객관성은 조금 떨어진다. 모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해소되지 않다 보니 애초의 목적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나름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에 안도감을 느꼈다. 또한, 상실과 극복의 과정을 거치며 그동안 외면해왔던 상처를 마주하고 잊었던 기억을 되찾게 된다. 모든 게 완전히 돌아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희망적이게 느껴진다.
책은 남편의 실종으로 인해 무너진 한 여성의 이야기를 초점으로 하여 실종과 관련된 추리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케이의 상실로 인한 분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감정을 담았지만 오로지 감각에 의존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택하여 안개 사이를 걸어 들어가듯 흐릿하면서도 모호하게 느껴졌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케이의 상황을 마나즈루의 공간으로 이끄는 '나'라는 유령을 등장시켜 그녀의 분열된 상태를 표현했다. 그리고 내내 꿈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맴돌던 모든 일들이 점차 명확해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만든다. 바라보는 독자의 관점으로는 명확하게 느껴졌으나 무너졌다가 금방 일어선 케이의 관점에서는 명확해졌을지는 잘 모르겠다.
p20 형태가 있는 것에 욕정을 품는 일은 적다. 적어졌다. 기쁨으로 이어질 때도 있고 가슴 메이는 쓸쓸함에 다다를 때도, 어느 쪽으로도 가지 않고 그냥 거기에 동동 떠 있기만 할 때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그것을 욕정이라 이름 붙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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