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재인 작가의 <별빛 창창>은 억압적인 엄마와의 관계, 좌충우돌한 일상, 그리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내는 장편 소설이다. 섬세한 문체로 옹호의 내면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또한, 유쾌한 캐릭터를 통해 웃음 선사하며 잔잔한 감동을 전달한다. '별빛 창창'은 개인의 꿈과 가치,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작품이다.
목차
1부 06p
2부 182p
3부 305p
작가의 말 334p
상세 이미지
책 후기
이름 곽용호. 태몽에 용과 호랑이가 등장해 지어진 이름이다. 거창한 태몽, 이름과는 달리 스물아홉의 용호는 어느 것 하나도 이루어내지 못했다. 용호는 어쩌면 자신의 근본부터 잘못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본다. 엄마는 드라마계의 유명 작가이다. 엄마의 명성으로 인한 사람들의 비교, 왠지 모를 압박감은 자기 삶에 대한 방향감을 잃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처음부터 무기력함으로 가득한 건 아니었다. 미래에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며 쓸모 있고 가치 있는 인간으로서 증명받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절대 나아지지 않는 현실과 계속된 실패로 인한 좌절감은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냈다.
엄마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모녀 관계는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진다. 그리고 오해 또한 산처럼 쌓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용호의 마음속에는 자신의 이름이 엄마의 특별한 존재와 서사를 쌓아 올리는 도구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엄마에 대한 애정보다는 증오의 마음이 커지던 찰나,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엄마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그때, 드라마 제작사에서 연락이 와 엄마의 신작 드라마를 대신 집필해달라는 제안을 해온다. 무가치하다고 여겼던 자신에게 해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일종의 불안감도 있었던 반면, 무직이었던 자신에게 일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고 작가가 꿈이었던 자신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초등학교 문학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이자 옛 애인인 장현과 함께 드라마 ‘드림 런처스’ 대본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이상할 정도로 순조로운 작업 중 사라진 엄마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는 소식에 누구도 찾지 않는 곳 ‘광혜암’에 도달하게 된다. 찾아오는 이가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스산한 암자에 엄마가 있다는 것이다. 과연 용호는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무채색, 투명 인간, 무기력한 존재, 엉성한 습작 스케치 같은 사람. 그 또렷하지 않은 단어들은 모두 용호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비교보다 더 용호를 힘들게 하는 건 바로 엄마였다. 그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하는 딸이지만 동시에 증오의 감정을 피어오르게 하는 대상이었다. 결과론적으로 자신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주었던 엄마에게 느끼는 당연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사라지게 되고 뚜렷한 목표 없이 살아가던 용호에게 꿈이 생기게 된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의 목표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가족의 소중함과 내면의 성장을 통해 자신이 이때까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엄마에게도, 용호에게도 거리가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공간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여유롭게 존재했다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결과를 맞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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