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 소년 범죄가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여전히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보호’라는 명목하에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범죄는 교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무고한 사람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보호’라는 이름이 ‘죄’를 가볍게 만든다면 그것은 누구를 위한 걸까. 5명의 작가가 모여 쓴 <촉법소년>은 촉법 소년 범죄를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다양한 인물 시점을 활용하여 촉법 소년 범죄의 실상을 현실감 있게 묘사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롭다.
목차
정해연, 「징벌」
홍성호, 「네메시스의 역주(逆走)」
소향, 「OK목장의 혈투」
윤자영, 「그는 선을 넘지 않았다」
책 리뷰
5개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관점과 시사하는 문제점이 각기 다르지만 촉법 소년 범죄로 인한 사회의 영향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같다. 부모가 맹목적으로 자식을 감싸려는 모습, 그릇된 가치관에 의한 문제, 가해자 인권을 중시하는 문제, 복수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 가해자와 피해자의 양면성 등 촉법 소년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접할 수 있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던 촉법 소년의 범죄는 학교 밖으로 뻗어 나가며 성인 범죄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계획성과 잔혹성을 띠는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그 모든 범죄의 피해는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그때와 마찬가지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그들의 범죄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미래에 어른이 될 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정희연 작가의 <징벌>은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때로는 직접 겪어봐야만 진정으로 깨닫기도 한다. 비록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일지라도, 이러한 설정은 진정한 반성과 갱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복수가 과연 정의로운 해결책인지, 또 다른 폭력을 낳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윤리적인 고민도 함께 남기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단순한 처벌 강화가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과 함께 갱생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죄를 앞으로 저지르지 않겠다는 반성에, 신뢰성이 무너진 만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소설 속에서도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윤리성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이 오히려 범죄를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든다. 소설 속에서도 표현됐지만 ‘촉법소년’이라는 울타리가 면죄부처럼 작용하여 죄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섬뜩했다. 특히 자녀의 잘못을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일부 부모의 모습은 깊은 탄식을 자아낸다. 이러한 무책임한 태도는 왜곡된 가치관을 심어주고 범죄에 대한 죄책감을 희석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법적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책임 의식 강화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이란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정의를 실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규범이다. 하지만 촉법소년 제도는 가해자의 미성숙함과 교화 가능성을 들어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내린다. 그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의 고통과 피해 복구는 간과되기 마련이다.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가벼운 처벌은 법의 권위를 약화하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법이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촉법 소년 제도가 범죄 억제 효과가 미흡하고 촉법 소년 신분을 악용한 범죄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성숙한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의 중요한 목적과 조화가 이루어졌을 때, 의미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보호인지 면죄부인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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