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어머니의 유산>은 미즈무라 미나에의 장편 소설로 제39회 오사라기 지로 상 수상작이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의 내용을 자세하게 다루기보다 사망 후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통화에서 시작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녀간의 사랑이 어쩌면 이들에겐 당연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의 유산은 재물을 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재물을 비롯한 정신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다.지금의 상황에서도 항변하지 못하는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홀로서기 위해 어머니의 죽음은 이루어져야 할 일이었다. 어머니가 사라지면 찾아올 불안감보다 해방이 더 즐거울 자매들의 감정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는 아찔한 모녀 관계에 대한 소설을 소개하려 한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서정적인 관계에 대한 서술을 주로 하고 있으며 다소 충격적인 문구로 눈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선 과거를 설명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치우친 사랑은 누군가에겐 불공평함을 안겼다. 그렇게 익숙해진 불공평함은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로 오래 지속된다. 계속된 불공평함에도 불만스럽지 않았으며 항변할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마음은 절대 잊히지 않아 후회할 미래보다 지속되었던 결핍의 빈자리를 남겼다. 당신의 타성이 부질없는 초라함으로 남아 현실이 골치 아픈 문제를 외면하게끔 이어간다. 또한 늙음과 죽음 사이의 무감각함은 엄마뿐만 아니라 이때까지의 우리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 어디엔가 자신과 닮은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증오할 수밖에 없어 그저 죽기를 바랐을 뿐이다. 이제의 비존중은 어머니가 감당해야 할 나의 유산이 되었다. 바로 보이지만 돌아가야만 마주할 수 있는 이상향처럼 자연스러웠다.
모녀 관계에 대한 직설적인 요소로 파격적인 전개를 서슴지 않았던 책 <어머니의 유산>. 1부와 2부로 나누어지는 구간에서 미쓰키의 변화를 마주할 수 있었다. 흘러가는 것에 맞추기만 했던 수동적인 태도는 죽음을 기점으로 적극적인 태도로 변화한다. 아마 어머니의 유산은 자매들의 자유도 포함되어 있었던 모양이다. 지난 세월 동안 강요된 사회적 요소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더 이상 어머니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가지 않고 인생의 방향성을 자신이 직접 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만약, 그때 불공평함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의 독립성과 자신의 방향을 직접 그려낼 수 있었을까. 그토록 지워내고 싶었던 모녀 관계는 벗어날 수 없었지만, 자연스러운 이별을 통해 지난 그녀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책은 자매의 이야기이지만 주로 미쓰키의 시선으로 다루어진다. 지나친 자기연민이 단순한 모녀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기도 했다. 책을 잘못 골랐나 잠시 후회하기도 했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기도 했다. 바로 <어머니의 유산>은 모녀의 관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자화상을 그려내어 역사의 과오에 대해 뒤돌아보지 않으려는 현재 태도에 대해 조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순적이면서 불편한 애증의 관계, 내내 불편하게 여겨졌던 부분들은 사실 너무 싫지만 동시에 너무 소중해서 변화하길 바라는 모습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가족관계처럼 끊어낼 수 없는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나타내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유산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받은 이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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