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문윤성 SF문학상 가작 수상작이 수록되어 있는 책,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을 소개한다. 고전 SF의 정석을 보여주면서도 자신만의 세계관을 펼쳐내 기존에 있던 소재를 독창적이게 표현해 낸다. 한번 읽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몰입감은 7개의 단편임에도 이어져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 더욱 인상깊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우주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을까.
목차
노아의 어머니들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회귀
나의 디지털 호스피스
신의 소스코드
콧수염 배관공을 위한 찬가
발문 | ‘존 프럼 월드’라는 행복한 미로
작가의 말
추천의 말
상세이미지
후기
실체 없는 두려움은 끊임없이 경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로 여겨진다.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고 인간을 앞지를지 아닐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어떻게 될지 모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그렇게 시작된다. 혹시 모를 가능성은 sf라는 장르 앞에서는 그 모습을 공고히 다져가는 데 크게 기여한다.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과학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으며 그 세계를 마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저마다의 선택이 미칠 영향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일생의 지대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자명했다.
완전함은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은 '완벽함'을 추구한다. 이상을 추구하는 만큼 끊임없이 기술을 발전시켜 현재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미래를 만들어 간다. 미래의 모습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알 수도 없지만 과거에 비추어 보았을 때, 무조건적인 행복은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인간을 위해 발전된 과학기술은 이중적인 면모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잔혹함을 가지고 있는 모순이 담겨있다. 늘 의도는 좋지만 '악용'이 문제가 되는 법이다. 혹시 모를 그 수많은 가능성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수놓는다. 동시에 인간을 위해 이루어졌던 개발이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향한 발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독특한 소재로 접근하며 기술의 단면을 보여준다. 인생은 깨달음의 연속이며 삶과 죽음은 유일하게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죽음을 병이라 칭하며 영생은 계속 이어진 것으로 표현한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죽음이라는 것을 수단으로써 이용하여 살아가게 한다는 건 과연 옳은 것일까. 유토피아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갔지만 결국 디스토피아의 단면을 볼 수밖에 없었던 인간의 모습을 담아낸다. 조금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그 생각마저 단칼에 잘라낸다. 모든 인간의 손이 닿으면 망가지나 보다. 시간도, 사람도, 생명도. 자신의 의식을 가진 사람이 선택해도 다시 그 무한대로 들어가게 되는 걸 보면 인간은 인간인가 보다. 그래서 이겨낼 수 있고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든다.
책을 감상할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이 그저 잔혹하다는 글자로 끝나지는 않는다. 이미 우리의 삶은 잔혹함으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다. 그 가혹한 것들에게서 도망쳐 온 이들이 만든 세계도 존재했기에 그 일들이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어떤 확신이 미래에 남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이 그 어려움을 헤쳐 나갈 것이라는 어떤 믿음이 전제로 깔려있었다. 과거와 미래가 마주하는 순간은 절대 동떨어지지 않을 우리의 영원의 모양을 찾아도 넘어설 수 없는 특별함으로 남아있었다. 디스토피아로 끝날 것 같았던 책의 이야기는 나도 모르는 사이 다른 결말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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