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리 작가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다양한 감정의 나열을 통해 내면에 자리 잡은 불꽃을 마주하게 되는 책이다. 불편함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관심으로 가장된 무례함이 펼쳐지는 이곳에서 어떤 축제를 열어가게 될까.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그녀의 세상 속에서 축제는 과연 펼쳐지는 걸까. 나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함부로 펼칠 수 없는 이야기가 반짝이는 수를 놓기 시작했다.
목차
1부
불꽃축제가 있던 날 택시 안에서 13
「자귀나무」를 듣던 밤 21
사자가 잠을 잔다 32
에릭 사티가 내리던 타이베이 38
찔레꽃 향기 되어 53
그녀가 온다 61
노루를 사랑한 아저씨 66
숙희씨,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79
무국적 만두 84
2부
위로의 방식 99
영화처럼 엄마처럼 107
가라앉은 배, 구부러진 등 116
운동화 할머니 122
넘버 파이브 132
끝까지 한 방! 137
정지된 도시 149
3부
유령남매 163
그녀가 핼러윈에 갔을까 182
당신의 꿈은 샌드위치 194
탱고를 추는 시간 199
이별 연주회 204
돼지코 209
사랑에 빠지는 60일 223
비극으로 끝날 줄 알았지 228
상세 이미지
책 후기
부정적인 순간에도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긍정을 꺼내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쉬이 젖어들 수 있는 부정이라는 날카로움에 익숙해져 있다 보면 예민함의 내재가 진행된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 나의 감정을 내가 다스리고 통제할 줄 알아야 하며 그에 의한 결과도 내가 감수해야 하므로 조금씩 바꿔나가야 함을 인정한다. 저자는 어떻게 부정적인 감정을 내면의 긍정으로 탈바꿈시킨 걸까.
큰 고통을 표출하는 일은 ‘나’가 아닌 ‘타인’을 의식해서 ‘배려’하는 모습으로 비친다. 자신의 장애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아무렇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가족에 의해 부정 당한다는 건 그 이상의 절망감을 불러오기도 한다. 속상한 마음을 아무렇지 않게 대신 채워주며 그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책을 보는 내내 그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을 떠올리며 더욱 마음이 아팠다. 주눅이 들고, 무기력 해지며 심지어는 감정을 도려낸 듯 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감정을 되찾기 위한 노력과 내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은 당했지만 남에게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마음이 반영된 것도 같다.
세상은 불편함을 당연하게 겪고 견뎌내야 하는 과제를 쥐여 준다. 때론 가혹하고, 때론 용기라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만든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다른 감정, 감각, 생각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님에도 선의를 가장한 무례함이 툭하고 떨어진다. 상처로 인한 화끈거림일까. 무의미함 속의 의미를 찾는 이들에게 거절, 조롱, 모욕이 계속해서 들이닥쳤다. 사소함은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지만 어떻게든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을 쟁취해야만 했기 때문에 더 이를 악물었다. 행복은 노력과 의지로 맺는 열매와 같은 것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수많은 제한과 제약의 사회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시각장애는 극복할 수 없는 것임에도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과 신체의 한계를 넘어서야 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했다. 조제가 자신의 주체성을 통해 삶을 꿋꿋이 살아가듯 누군가도 그렇게 살아가며 살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소중한 것을 현재 더 소중히 여기기 위해서는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던 중 괜스레 찾아오는 회의감은 온몸을 덮는다. 무의미함과 회의감은 부피가 커져 의미 있던 일 또한 부정적인 허울에 빠져들게 만든다.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왜 이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는가에 대해 생각하다가 과거의 상처와 자연스레 이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그 수많은 추억 속에 안겨든 소중한 기억들이 현재를 살아가게 만든다.
나의 감정에 집중하다 보면 타인의 감정에도 자연스레 눈길이 가게 된다.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게 되고 또 누군가에게 고된 삶을 견디게 해주는 의지가 되기도 한다. 자신에게 불행을 견디는 방법이 있듯 또 누구에게도 불행을 견디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을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어떤 시야의 폭은 자연스레 자리를 잡아간다. 이 책은 내면의 불편함을 인정하고 이 지랄 맞음을 축제로 탈바꿈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문장의 향연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느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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