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경 작가의 첫 청소년 장편소설 <채널명은 비밀입니다>가 출간되었다. <우주로 가는 계단>으로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과 한국출판문화상을 받고 <별빛 전사 소은하>와 <무스키>등을 펴내며 어린이 독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채널명은 비밀입니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평범한 삶에 대해 고민해 보게 만듦과 동시에 담담한 용기와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고등학생 희진은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하지만 엄마는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집에 틀어박힌 채, TV만 본다. TV 안과 밖 어떤 곳이 엄마의 진짜 세계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엄마는 TV 속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나라와 도시를 구경하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 모두 그 안에서 구매한다.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은 모두 그곳에 있었다. 반면, 희진은 공부로 인해 위안을 얻는다. 지능이나 부모의 지원이 아닌 순전히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어 낸 성과였다. 공부를 통해 인정받을 수 있었고, 공부가 나를 지켜주는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취직 소식을 알게 되면서 정말 엄마가 TV 세계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미래 전자는 멀티버스 터미널 기능을 지닌 TV를 개발하고 신제품 출시 전, 베타버전을 비밀리에 하기 위해 모니터링 사원을 모집했다. 은둔형 외톨이를 대상으로 모집하고 있었기에 사회와는 동떨어진 엄마가 채용이 된 것이다. 그 세계를 통해 위안을 얻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 가기 시작한다. 조금씩 넓어져 가는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가는 엄마였다. 반면, 공부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희진은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오로지 자기의 세계만을 살아가던 것과는 다르게 조금씩 다른 사람의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희진은 진정한 행복이 혼자만의 성공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저마다의 세계에서 환영받지 못한 사람들이 또 다른 세계에 맞닿으며 비로소 자신이 속할 곳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 과정을 통해 이 모든 건 각자의 세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일이 시작임을 알게 된다. <채널명은 비밀입니다>는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희진이 1등에서 멀어져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엄마 또한 다른 세계에서 자신이 특별하거나 대단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이고 진정한 의미의 성장은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P133 한번 정해지는 궤도에서 이탈한 사람이 뭔가를 시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 특히 우리 세계에는 그런 사람에게 너무 가혹해. 그 세계는 그렇지 않아. 엄마처럼 아무것도 아닌 사람도 환영해 줘. 온 세계가 나를 안아주는 느낌이야.
P170 누구도 동시에 둘을 사랑할 수 없다. 유일성이 사라진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둘을 사랑하는 건 어떤 것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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