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올로 조르다노의 <증명하는 사랑>은 두 번째 장편소설로, 사랑의 본질과 그것이 드러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어떤 표현으로 단정 짓기 어려운 어떤 사랑은 증명해야만 그 가치가 드러나는 걸까. 타인에게 그 형태를 드러내야 하는 사랑이 증명된 사랑이라면 그것은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제목과는 다른 소설의 흐름이 제법 흥미로웠다. 사랑을 증명하기 위한 어떤 과정이 아닌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는 사랑의 형태를 서술하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어떤 사랑의 형태를 마주하게 될까.
목차
A 부인
천국의 새 I
고아들
불면증
여관집 여주인
유물의 방
베이루트
곱셈표 7단
겨울
허수아비
연통관
천국의 새 II
책 리뷰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나’, ‘노라’ 그리고 ‘A부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야기는 부부가 중심이 아닌 A부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처음에는 부부가 중심인물인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왜 ‘A부인’이 중심이 되는지를 납득할 수 있게 해준다. A부인은 아이의 보모로서 부부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A 부인의 역할은 그들에게 중요했다. A부인의 부재로 인해 갈등을 겪은 이들은 서로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가게 된다.
사랑은 다른 세계에 있던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교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여기에도 속할 수 있고 저기에도 속할 수 있는 사람인 만큼 철저한 타인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가장 먼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세계를 이해하고 그 사람의 존재를 인식하는 과정을 거치며 그 사람의 사랑까지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죽음을 통해 느끼는 ‘사랑’의 형태는 수많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비록 불안과 혼란 속에서 피어나는 갈등이기도 했지만,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또 그것이 각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갈등은 서로가 맞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과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 안의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A부인은 <바베트의 만찬>의 등장인물인 바베트라고 불린다. 실제 작품 속의 바베트는 자신의 요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준다. 그처럼 소설 속의 A부인 또한 부부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A부인의 존재는 단순히 보모의 역할을 넘어, 그녀가 만들어낸 따뜻한 환경 속에서 진정한 사랑의 형태가 드러난다.
이처럼 에세이처럼 전개되는 방식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물론 인물들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소설을 읽으면 조금 다른 것이 보였다. 단순한 감정으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의 복합적인 요소를 통해, 이 소설은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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