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에단 호크라는 배우가 쓴 것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했다. 그의 세 번째 장편 <완전한 구원>은 20년 만의 신작 소설이다. 하지만 왜인지 책의 장은 쉽게 넘겨지지 않았고, 문장 또한 쉽게 읽히지 않았다. 왜 이 책의 제목이 <완전한 구원>인지 처음부터 이해가 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고 어려움을 거듭할수록 그가 바랐던 완전한 구원이 어떤 형태인지 알게 된다.
목차
프롤로그-너무나 기가 막힌
1막-내 피에 흐르는 독한 반항의 술
2막-충돌 행진곡
3막-1장 허영심의 로켓 발사
3막-2장 블루진 키드
4막-지옥의 수프가 보글보글
5막-만약 소원이 말이라면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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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자신이 유발한 실수를 수습하기도 전에 모든 일이 세상에 알려진다는 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일일 것이다. 해외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에 대한 소문을 알게 되면서 길거리를 다닐 때마다 등 뒤에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타인을 평가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그것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버거운 일이다. 자신의 치부가 알려지고 그 일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지지만,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어떤 계기가 되어버렸다. 본질적인 문제를 직면하기 전까지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 일이지만 그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결국에는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어떤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배우는 다른 존재로서 다른 사람을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윌리엄은 할리우드 스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도 겉모습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베테랑이다.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불륜, 애정 없는 부모, 거짓말, 아버지로서 실패자가 아닌 다른 정의로서의 자신이 존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무너진 자신의 세계 중 유일하게 남은 ‘연기’는 전부였다. 주어진 선물과도 같았던 연기를 하면서 늘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왔다고는 하지만 은연중의 당연함은 그의 오만함을 대변한다.
그의 내면이자 소설 속의 주인공을 비추듯 그의 완전함을 위한 욕망은 소설 속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 강렬한 욕망은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지만 그를 살아가게 만드는 연료로서 역할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남은 희망인 ‘연기’라는 정체성을 제외하면 자신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듯 보이는 그의 삶 속에서 이보다 더 최악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연극과 함께 이어지는 한 사람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지만, 그만의 강렬함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것에 대해 완전함을 추구할수록 불완전함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누구에게 구원받아야 할까. 이 소설은 그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세상은 온통 자신을 비난하고, 그릇된 욕망이라도 품은 듯 질타한다. 언제 생긴지 모를 상처의 고통을 서서히 느낄 참에 존재감을 드러내며 번져가는 상처가 눈엣가시처럼 느껴져 벗겨내려 할수록 종기로 깊게 자리를 잡아 문제를 일으킨다. 그가 문제를 직면하지 않고 방치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 것처럼 말이다.
언제나 다수의 생각이 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에 매몰되곤 했었던 그는 이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마주하며, 자신이 세상과 주변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을 깨닫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삶이 잔혹하다는 현실을 깨닫지 못하면 그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책에서 말하는 완전한 구원이라는 것은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다. 진정한 나를 발견해가는 것이다. 그동안 회피해 왔던 삶의 근본적인 문제나 오만했던 연기 인생을 마주하는 것이 ‘완전한 구원’의 시작이었다. 결핍의 껍질을 탈피한 한 사람의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75p 우리는 그 자리에 자신의 정체성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겠지. 만약 우리가 그 공허함을 받아들이고 그 안을 들여다본다면, 한없이 깊은 그 어두운 우물 안에 평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몰라. 자아가 없는 건 무서운 일이 아니야. 안도할 일이지. 거짓말을 옹호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는 것처럼…. 존재하지도 않는 현실, 그러니까 너 자신을 옹호하는 건 그만둬.
248p 나는 예술을 위한 전쟁에 나선다. 세상이야 마음대로 생각하라지. 세상이 널 실패작이라고 단정할지도 모른다. 네 가슴에 주홍 글씨를 꿰매 달고, 너를 가리켜 천박한 협잡꾼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모쿵이를 돌 때마다 등 뒤에 속삭이듯 조롱을 던지는 소심한 목소리가 들릴지도 모른다. 저들이 너를 미워해서, 라디오 토크쇼에 나가 온 나라 사람들에게 수다를 떨어 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 모두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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