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베이커 감독의 여덟 번째 장편 영화 <아노라>는 2024년 11월 6일 개봉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제77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고,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영화제에서는 관람하지 못했으나 극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영화는 스트립 댄서로 일하는 주인공 아노라가 러시아 재벌 2세 이반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반은 아노라에게 일주일간 여자친구가 되어달라며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시간이 흐르자 그녀에게 청혼한다. 아노라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여 결혼을 하지만, 이반의 부모가 결혼 소식을 알게 되며 두 사람의 결혼을 무효화하려는 소송을 준비한다. 두려움에 빠진 이반은 결국 아노라를 버리고 떠나고, 아노라는 이반을 찾기 위해 그의 가족과 여정을 떠나게 된다. 영화는 결혼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아노라는 점점 사랑에 대한 확신을 얻고자 하지만, 현실 속 고통과 실망이 그녀를 압박한다. 사랑을 꿈꾸던 초반부와는 달리 후반부의 절망은 더욱 현실적으로 그려지며, 환상이 깨어지면서 아노라의 표정은 굳어간다. 짧고 달콤했던 사랑의 순간들이 아노라에게 더욱 선명한 절망감을 안겨주고, 그녀는 그 속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이 영화는 절망적 순간이 연속되면서도 아이러니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베이커 감독의 작품 속 인물들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그들의 선택이 옳고 그르든 간에 그 자체로 바라보도록 이끈다. 이번 작품 역시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으나,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해결되지 않은 의문들이 남아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화려함 속에 여백을 채운 이 영화는 관객에게 허무함과 깊은 생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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