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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

[책 리뷰]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by 인생은 하나의 필름과도 같으니. 2025.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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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은 작가의 작품에서는 언제나 한국의 역사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정이 묻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은 한국 역사에 바치는 허주은 작가의 첫 번째 연애편지이자 데뷔작이다. 소설은 1800년 정조가 승하한 직후 나라가 혼란스러운 때가 배경이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별개의 이야기들은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한양에서는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한성부 포도청의 한도현 종사관을 도와 다모 설이 범죄 현장의 조사원으로 동원된다.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서지만 쉽지 않았다. 한종사관은 이번 사건이 해결되면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 약조했고 사건을 조사할수록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는 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설은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얼굴 한쪽에 찍힌 노비 낙인은 조롱과 무시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위험에 처한 이들을 지나치지 못한다는 점은 그녀의 장점이자 약점이었다. 하인은 감정을 드러내서도, 무언가를 봐서도, 들어서도, 말해서도 안 됐기 때문이었다. 설은 힘들고 지칠 때마다 오라버니의 말을 되새긴다.

 

소설 속 인물 설은 고난과 역경으로 인해 힘듦을 겪지만, 그 단단한 내면의 힘으로 그 상황을 극복해 낸다. 신분, 성별을 넘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을 찾아 나가는 설의 모습이 인상 깊다. 특히 이 소설에서는 한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작은 힘으로도 타인을 돕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등장하며 우리가 진정 마주해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허주은 작가는 미국과 캐나다로 이주해 이방인으로 살며 다양한 문화적 충돌과 적응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은 신유박해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지금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문화를 배척하고 사상을 억제하는 일은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혐오와 차별은 당연한 것이 아닌 만큼 약자라 칭할 수 있는 이들의 용기와 진실을 향한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 궁금해진다. 소설 속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생생히 살아 숨 쉬는 인물들이 만들어갈 다음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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